베를린시축제에서 빛난 한국의 젊은 시인들

베를린시축제에서 빛난 한국의 젊은 시인들

베를린시축제에서 빛난 한국의 젊은 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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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함 기자] ▲ 베를린시축제 참가중인 하미나, 김리윤, 김선오 작가 메아리조각의 하미나, 김리윤, 김선오 작가가보험설계사
낭독행사 후 사일런 그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메아리조각(Echoes in Pieces)은 한국어로 시를 쓰는 여섯 명의 시인들(김리윤, 김선오, 김소연, 이제니, 임솔아, 제2금융권무직자대출
하미나)로 구성된 텍스트-사운드 퍼포먼스 팀으로 2024년 10월 20일 광주 비엔날레 독일관 오픈 스테이지에서 진행된 퍼포먼스 '메아리 조각-소리 풍경 사이에서'를 통해 활동을 고금리대환
시작했다. 사일런 그린은 1909-1910년 베를린의 첫 화장터로 지어졌는데, 2013년 민간운영 복합문화단지로 거듭났다. 현재는 개별 예술 분야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하이브리드M&A
형식으로 연결하는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다양한 영화제, 콘서트, 전시장, 문학행사들이 시립 공동묘지, 카페, 푸르른 풀밭과 자연스레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근로자의날 유급휴가
. ⓒ 클레어함 세법개정안
"수년간 현대 한국 시의 트렌드는 아주 흥미롭고 도전적이었으며, 한국 시인들이 다루는 많은 주제들은 세련되고 국제적인 독자들의 관심사에 부합해왔다. 지난 몇 년간 한국 cd금리 담합
시인들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소개해올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한국 시문단에 대해 묻는 필자의 질문에한국장학재단 로그인
베를린시축제(Poesiefestival Berlin)의 카타리나 슐텐스 (Katharina Schultens) 집행위원장이 전해온 평이다. 올해 베를린시축제에는 총 9명의 한국 주택자금대출이자연말정산
시인들이 초청되었다. 이는 26년째 열리는 시축제 역사상 가장 많은 참여도다. 과히 한국이 올해 포커스의 나라처럼 느껴졌다. 5월 15일 시작해 6월 15일까지 소상공인진흥원 대출
한 달간 열린 이 시축제에는 대략 160명의 시인들이 다양한 문학행사에 참여했다. 그중 절반이 넘는 약 90명이 20대~30대로 아주 젊다. 실험적이고 개방적인 성격의 베를린시축제는 출판물이 우수성의 유일한 지표가 아니고 연령도 기준이 되지 않는다. 슐텐스 위원장은 "우리는 수많은 국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고, 신인 작가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공개 모집을 진행하기 때문에 다른 누구보다 새로운 인재와 흥미로운 뉴트렌드를 발견하는 데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며, 주최측에서 공식 초청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는 아직 출판하지 않았거나 소규모 잡지 및 온라인에서만 출판한 시인들도 초청하며, 작가들의 작품과 활동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을 참고한다"며 공식적인 요건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현재 젊은 세대에게 작가 콜렉티브(writing collectives)는 매우 인기가 많다"며 독일에서는 이런 형태의 작가그룹 및 컬렉티브 등 작가간 협업의 오랜 전통이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지난 25년간 독일 시문단에서 KOOK 컬렉티브를 비롯한 기타 시인 콜렉티브들이 주목받아왔는데, 3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의 독일 시인 세대 중 가장 주목받는 목소리들 중 대다수는 이런 작가그룹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나의 작은 방을 무대 위에 재현해두고 함께 숨 쉴 때 해방감" ▲ 낭독중인 김리윤 작가 김리윤 작가는 본인의 시 '전망들- 한 마리 하나 한 개'를 한국어로 낭독했고 이를 직접 독어로 번역한 박술 시인은 독일어로 읽었다. 소유정 문학평론가는 김리윤의 시집 <투명도 혼합 공간> (문학과 지성사)에서 김리윤 작가의 시를 아래와 같이 해설했다. “김리윤의 시가 정말로 닿고자 하는 건 빛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 너머, 그 의지를 가진 빛에 있다. 시인은 귀신처럼 또는 유령처럼 잠시 사물의 피부를 입고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빛을 감각하고, 의도를 예단하는 법 없이 그것의 의지를 헤아린다. 이것이 김리윤의 시가 투명하게 빛날 수 있는 이유다.” ⓒ 클레어함 올해 초청된 한국 시인들은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김혜순 시인과 독일 뮌헨기반 박술 시인/번역가 이외에도, 두 시인 콜렉티브가 초청받았다. 메아리조각(Echoes in Pieces)에서 활동하는 서울 및 베를린 기반의 김선오, 김리윤, 하미나 작가는 6월 9일 "풀밭에서의 낭독 (Readings on the Green)"이라는 타이틀로 주요 행사장인 사일런트 그린에서 시 낭독행사를 가졌다. '아프사 시살롱(AFSAR SiSalon: Asian Feminist Studio for Art and Research)'의 회원인 하미나, 윤혜정, 안예담, 한아로, 임꽃신 작가들은 베를린시 지역별로 열리는 '시인의 코너' 샤를로텐부르크 행사에 5월 27일 참가해 시낭송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https://www.haus-fuer-poesie.org/en/program/we-beat-rusty-syllables-on-a-weekly-basis). 이 두 시인 콜렉티브 및 플랫폼의 회원으로 참여해온 하미나 작가는 한국에서 주로 산문을 써오다가 논리적 언어의 한계를 느끼고 베를린에서 시를 쓰기 시작했는데, 미발표 작품 중 하나인 '발신자가 적혀있지 않은 선물'을 낭독했다. 무의식을 탐험하는 화자가 '파시아르'라는 존재와 함께 놀이, 공포, 분별, 숭고, 우스움 사이를 오가며 겪는 정신적 여정을 그린 희비극 시다. 낭독한 글의 일부분을 소개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나는 먼 아래쪽에서 구르고 있는 푸른 빛을 띄는 어두운 사람들에게 눈을 돌린다 이들은 가장 어둡고 가장 낮은 곳에서 구르고 있다 파시아르가 가까이 들여다 보라 한다 나는 가까이 들여다 본다 얼굴이 안 보이는데요? 하니 파시아르가 안 보려고 하는 건 아니고? 묻는다 자세히 보니 얼굴이 선명해진다 내 얼굴이다 그러자 구르기는 다시 놀이가 되고 만다 떼굴 떼굴 떼굴 떼굴 떼굴 ··· 파시아르는 한숨을 내쉬고 호통 친다 구별하라고 도대체 무엇을 구별하라는 말인가? 저기서 구르고 있는 사람들과 나를? 일과 놀이를? 진지할 때와 유희할 때를? 파시아르와 나를? 자연스레 가게 되는 곳과 호기심에 함부로 넘보는 곳을? 아니면 이것 모두 다? 파시아르는 나를 일으켜 세우고 나를 다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게 하려고 애쓰지만 그럴수록 파시아르 안에 이글거리는 분노만 느낄 뿐이다 사이에 어떠한 절정도 회개도 깨달음도 카타르시스도 나타나지 않자 파시아르는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한다 빨리, 우웩, 빨리, 우웩, 빨리, 우웩, 찾으라고 말하라고 발견하라고 깨달으라고 이거 내 꺼 아니야 너 꺼야 너가 안하니까 내가 하잖아 빨리, 우웩 나는 토해보려 애쓰지만 꺼억 하고 트름만 나온다 파시아르는 재촉한다 나는 이건가 하고 있는 힘껏 소리라도 질러본다 그러자 여러명의 여자들 목소리, 오래되고 새 것인 목소리가 한꺼번에 튀어나온다 그러나 파시아르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한다 나는 이제 이 미친 존재로부터 어떻게 탈출하면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하미나 작가는 시축제에 참여한 소회를 묻는 필자에게 아래와 같이 답했다. "베를린 시축제에서 시를 낭독하고 퍼포먼스를 하는 데에는 아무런 자격도 증명도 필요하지 않았다. 하고자 하는 의지와 의사, 함께 할 동료들만이 필요했다. 무대 위에 있는 사람을 존중하고 깊이 들어주는 관객들의 태도에 여러번 감탄했다. 그러한 존중에 용기를 얻어 쭈뼛대지 않고 목소리를 내고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혼자서만 써오던 시를 목소리로 낭독하고 몸을 움직일 때, 나의 작은 방을 무대 위에 재현해두고 그 안에서 함께 숨을 쉴 때 자유와 해방감을 느꼈다. 자기 표현의 가장 단순하고도 원시적인 욕망을 단계별로 하나씩 펼쳐보는 것이 즐겁고 찬란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던 어린아이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나를 표현하는 일의 근원적인 기쁨을 회복한 느낌이다." 하미나 작가는 1991년 구리에서 출생했다. 현재 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며 활동한다. 저술, 번역, 방송, 퍼포먼스, 커뮤니티 빌딩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활동한다. 쓴 책으로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2021), <아무튼, 잠수>(2023)가 있고 함께 쓴 책으로 <상처 퍼즐 맞추기>(2022),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2021), <걸어간다, 우리가 멈추고 싶을 때까지>(2021) 등이 있다. 첫 책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이 출판인 106인이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책 중 한 권으로 선정되었다. 또한, 김선오 작가는 1992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작품 활동 시작했고, 그동안 시집 <나이트 사커>(2020), <세트장>(2022), <싱코페이션>(2024), 산문집 <미지를 위한 루바토>(2021), <시차 노트>(2023) 출간했다. 베를린에서 낭독한 시의 일부를 소개해본다. 불결한 무(無) 중략 밤은, 강아. 너는 나일 수도 있겠지. 내가 너인 동안에. 강아, 너는 곡선일 수도 있겠지. 귤이거나 목련이거나 전구일 수 있는 만큼 너는 삼각형일 수도 있겠지. 너는 불 꺼진 아파트. 손등에 적힌 숙제. 너는 서울 어느 터널의 아치형 천장에 닿았다 사라지는 헤드라이트 불빛의 행렬이거나 얼룩덜룩한 눈동자일 수도 있겠지, 강아. 너는 얼룩덜룩하게 흔들리는 아프리카 어느 강가의 억새풀일 수 있듯이 어느 전쟁터의 총성일 수도, 총성을 듣고 놀란 새들의 짧은 울음일 수도 있지만. 죽은 이들을 외면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몸짓일 수도 있지만. 그 몸짓이 만드는 동심원 모양의 파장을 닮은 원형 계단 아니면 건물의 뼈일 수도 창일 수도 복도일 수도, 물소 아니면 딸기일 수도 이끼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길어진다. 우리의 부드러운 선이 강한 선을 꾸민다. 강아, 이제 너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몸을 일으켜. 다른 길로 오면 돼. 다르게 보이는 길로 오면 돼. ▲ 아프사 시살롱 (AFSAR SiSalon)의 공연 모습 2024년에 시작된 아프사 시살롱은 시를 사랑하는 이들이 만나는 장소이자 아카이빙의 장소이기도 한데, 한마디로 도서관+마을회관 같은 곳이다. 올해 베를린시축제에서는 다섯명의 참가자가 여자, 이방의 물질 되기에 관해 모국어(한국어), 영어, 독일어가 섞인 자작시를 몸짓과 소리로 발화하며 전지적 화자와 1인칭 주체 사이를 드나드는 리딩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행사에 참여했던 안예닮 작가는 “다섯명의 화자가 모여 내뱉고 나누는 말들이 커다란 보호막을 만드는 것 같았다. 바닥에 뒹굴고 까진 몸통들이 모여서 서로 안아주는 느낌을 받았다”고 소회를 전했다. 임꽃신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서 이방인으로 살아감에 있어서 서로의 개인적인 경험들을 꺼내놓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각자 살아온 삶의 궤적은 다르지만 우리 모두가 공명할 수 있는 지점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연대의 힘을 깨닫는 순간이었다”고 말했고, 윤혜정 작가는 “여성들에 대한 글을 여성들과 함께 쓸 수 있었다. 사랑하지만 사 ⓒ Mooni Perry <문장웹진> 2025년 1월 호에 발표했던 '불결한 무(無)'는 현재 진행중인 김선오의 시 프로젝트 '태몽들'의 서문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존재와 비존재, A와 B라는 이분적 분류로 환원되지 않는 '없음'의 자리를 탐색한다. 시는 비선형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있음'이 오히려 '없음'에게 불결한 대상으로 드러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구성한다. '보는 것'이라는 행위에 의해 발생하는 '있음'의 자리는 외설적이고 인간적이며, 동시에 무의미하다. 그러나 이러한 감각적 운동을 통해 있음과 없음의 자리는 교차되고 혼성화된다. 세계가 무(無)의 비약이라는 시인의 관점은 시 전반에 걸쳐 감지되며, 주요한 시적 대상인 '강'은 화자에게 말을 거는 타자의 한국어 이름이자, 동시에 존재론적으로 인간과 뒤섞이는 자연물로서 이중적인 위상을 갖는다. 박술 시인이 번역한 '불결한 무(無)'의 독일어판 'Unreines Nichts'에서는 '강'이 독일어 '길'을 의미하는 'Gang'으로 번역되어 새로운 층위의 맥락을 생성한다. '태몽들' 프로젝트는 한국의 문화적 현상인 '태몽'을 시적으로 재구성하는 실천을 중심에 둔다. 태몽은 주로 부모나 조부모, 혹은 가까운 지인이 경험하는 꿈으로, 가족 내부에서 구술 서사의 형태로 전승된다. 이는 글보다 목소리로 유통되는 신화이며, 한 개인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편입시키는 상징적 장치로 기능한다. 그러나 김선오에게는 태몽이 없었으며, 이는 곧 그 누구도 그의 탄생을 예고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태몽의 부재는 공동체의 기억에서 지워진 출생에 대한 개인적 서사의 결핍이며, 이 '없음'은 시라는 형식을 통해 재구성된다. 김선오는 태몽을 통해 태아의 성별을 점치는 한국 사회의 젠더 문화적 관습을 넘어, 퀴어 논바이너리 당사자로서 젠더 이분법과 혈연 중심 신화의 구조를 해체하고 그 경계를 넘어서는 또 다른 태몽을 언어로 상상한다. 시의 신체성, 리듬, 목소리는 잃어버린 이야기를 복원하고, 기존 공동체의 바깥에 놓인 존재들을 위한 새로운 귀속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김선오는 문법적 성별이 불분명하고, '나'보다 '우리'를 즐겨 사용하는 한국어의 언어적 특성과 음절 단위의 시각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언어가 공동체 생성의 재료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태몽들'은 구술 전통, 문화 기억, 신체를 지닌 시적 목소리를 연결함으로써 출생이 아닌 서사와 육성에 기반한 공동체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작업이다. 김선오는 이 시적 실천을 통해 기존의 가족 서사와 단절된 존재를 위한 새로운 신화, 새로운 이름 붙이기의 방식을 모색하며, 퀴어 존재를 위한 재귀속의 언어를 구축해나간다. 함께 낭독행사에 참여한 김리윤 시인은 1987년 부산 출생이다. 2019년부터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해 현재 서울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언어를 기반으로 이미지의 생성과 전달, '보기'에서 파생되는 관계에 주목하는 작업을 한다. 개체와 사물, 매체 각각의 의지와 이미지가 중첩될 때 일어나는 경험에 관심이 많다. 시집 <투명도 혼합 공간>(문학과지성사, 2022), 산문집 <부드러운 재료>(봄날의책, 2025)를 출간했고,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과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의 이미지와 시각 매체에서 다뤄지는 이미지 사이의 교환과 발생, 유실을 탐구하는 개인전 '새 손'(2023, 리:플랫)을 개최했다. 베를린시축제에서는 <시인들>(2023, 세미콜론)에 발표했던 시, '전망들-한 마리 하나 한 개'를 낭독했다. '일단 개라고 불러 봐. 새 수첩의 첫 페이지에 적은 문장이다. 어디서 본 것인지, 꿈에서 들은 말인지, 누군가 일러줬던 이야기인지, 일러준 이가 있었다면 그이는 심리 상담사였는지, 꿈속의 마녀였는지, 스님이었는지, 점쟁이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일종의 주술이나 부적 같은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개라고 불러 봐. 개라고 부르면 눈 쌓인 비탈길에서 미끄러지듯 사랑에 빠지기 때문이다. 사랑이 두려움을 다루는 방법으로만 두려움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것은 어떤 공포와도 다른 방식으로 두려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개야, 산책을 가겠니? 무슨 냄새가 나니? 개를 부르면, 눈 냄새를 맡으려는 개가 있으면 눈이 쌓이기 시작한다. 눈밭을 헤치며 걷고 폭설에 파묻히며 걷고 우리를 파묻고 있는 것을 눈이라고 부를 수 있다. 개와 함께인 자는 누구보다 간절히 바닥을 원하게 되기 때문이다. 공포의 깊이를 완성하기 위해 발생하는 바닥과 개의 본성을 위해 빚어지는 바닥은 완전히 다른 물질이 되기 때문이다. 동음이의어처럼. 개, 바닥이라는 단어를 해맑게 다루는 개를 불러 봐. 개는 두드릴 때마다 생겨나는 문을 만들듯이 코로 땅을 두드리며 걷는 짐승이기 때문이다. 그런 동물을 위해 열리는 문에는 내재한 빛이 있고 빛이 비출 장면이, 장면을 위해 동원된 산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중략' '전망들-한 마리 하나 한 개'는 '전망'이라는 단어가 지닌 언어적 구조-'펼 전(展)'과 '바랄 망(望)'-에서 출발해, 보는 행위와 마음의 동시성을 지각의 조건으로 삼으며 시선의 운동과 감정의 구조, 바라봄의 실패와 어긋남, 혹은 지각과 형상 사이의 움직임 자체를 다루는 김리윤의 시 연작 <전망들> 중 한 편이다. 이 연작에서 '전망'은 거리나 높이 같은 물리적 조건이 아니라, 감각과 언어, 인식의 경계를 따라 반복되는 호출과 응답의 과정이다. 여기서 '보기'는 고정된 시점이 아니라 불확정성과 어긋남을 수용하는 운동으로서의 시선, 즉 무언가를 정확히 응시하거나 포착하기보다 지속적으로 빗나가고 흔들리는 인식의 리듬에 가깝다. 시인은 어둠이 촉발하는 두려움을 다루기 위해 대상을 명명하고 호출하는 도구로서의 언어를 동원한다. '개'로 명명되는 어둠은 호출과 응답 사이의 틈을 드러내는 동시에 고정할 수 없는 대상의 외피가 되어, 불확실성과의 공존을 감각하고 감당하는 실천으로서 '전망'을 보여준다. ▲ 강연중인 박술 시인 최근 <죽음의 자서전> 독어 번역으로 ‘독일 국제문학상’ 최종 후보에도 오른 박술 시인은 지난 6월 10일 사일런트 그린에서 개최된 번역 워크숍에서 "흐르는 것은 강물이 아니라 다리”라는 제목으로 번역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강연했다. ⓒ 클레어함 최근 <죽음의 자서전> 독어 번역으로 '독일 국제문학상' 최종 후보에도 오른 박술 시인은 지난 10일 번역 워크숍에서 '흐르는 것은 강물이 아니라 다리'라는 제목으로 강연하기도 했다. 박술 번역가는 김혜순 시인의 국제 시 무대에서의 주목할 만한 성공 스토리의 배경에는 최돈미 시인이 훌륭하게 번역한 <죽음의 자서전>이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봤다. 그는 최돈미 시인의 영어 번역버전에 대해 "정확성에 대한 문헌학적 강박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획기적인 작품이지만, 또한 단순히 "미국식 영어로 '재현'된 것'도 아니다. 이 작품은 부모 세대의 언어적 파편들이 여전히 울려 퍼지고, 언어, 표정, 일부 문화적 영향 등에서는 주류사회에 비동화되었으나 표준화되고 다듬어진 미국식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이민자 자녀의 위치를 잘 활용했다"며 본인에게 "이런 영어 번역 스타일이 낯설고, 이해하기 어렵고, 날것 그대로의 '한국적' 요소들을 어느 정도로 독어로 표현할지 전략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즉, 김혜순 시인의 시에서 일견 번역 불가능해 보이는 측면, 예를 들어, 주어 없는 구성, 의성어와 의태어, 시 '아님'처럼 난해한 번역 작업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번역전문지, <톨레도 저널 (Toledo Journal)>에서 독일 시인 울랴나 볼프 (Uljana Wolf)와의 협업의 중요성에 대해 논했는데, 협업을 통해 극단적인 표현을 피하고, 번역자 일인의 목소리가 과하게 번역스타일을 결정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박술 시인은 1986년 전주 출생으로 고등학교 자퇴 후 독일로 혼자 유학을 왔다. 뮌헨대학에서 철학, 비교문학, 수학을 공부하고 힐데스하임 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23년부터 힐데스하임 대학교 상호문화철학 조교수로 재직중이다. 2012년 <시와반시>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2025년 시집 <오토파일럿> (아침달)을 냈다. 비트겐슈타인 <전쟁일기>, 니체 <비극의 탄생> (김출곤 공역), 게오르크 트라클 시 전집 <몽상과 착란>, 프리드리히 횔덜린 시선집 <생의 절반>을 번역했다. 김혜순 시인의 <죽음의 자서전> 을 울랴나 볼프와 공역했다. <오토파일럿>에 수록된 시중 여러편은 독일어와 한국어를 오가며 번역하는 과정에서 쓰였다. 5월 9일 낭독에서는 이 시들의 독일어 상응물(거울상)들을 읽었다. 카타리나 슐텐스 집행위원장은 박술 시인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술 시인은 한국과 독일 시문단에서 필수적인 목소리이자 연결고리다. 그는 김혜순 시인을 비롯한 한국의 주요 시인들의 작품을 독일어로 번역하는 데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베를린 시축제와 시의 집(Haus für Poesie)과 긴밀히 협력해 양국간 관계를 강화하고, 한국 시문학의 독일 내 가시성과 성공을 촉진하는 데 힘썼다. 김혜순 작가의 시집이 20년 만에 주요 독일 출판사에서 처음 출판된 것과 최근 독일 및 오스트리아에서의 김혜순 작가의 시 낭송 투어는 이 협업의 성공을 잘 보여준다." 베를린시축제의 프로그램은 도시 전역에서 진행되며, 주요행사들은 아카데미 데어 쿤스트와 복합문화공간 사일런트 그린, 두 곳에서 열린다. 중요한 시축제 프로그램은 6월 3일 '베를린 시(詩 )강연'으로 개막되었고, 시 낭독회, 강연, 토론회, 공연, 지브라 시영화제, 기타 행사 등을 포함한다. 폐막 주말(6월 14일~15일)에는 시와 스포츠의 연결고리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행사, 시집마켓 (Lyrikmarkt), '세계의 소리-시의 밤(Weltklang-Nacht der Poesie)' 낭독행사로 6월 15일 폐막했다. *참여 작가 소셜미디어 정보 아프사https://www.instagram.com/afsar_asianfeministstudio?igsh=cWI1a2s2Nmd6eHM= 안예담https://www.instagram.com/annyedam_darm 한아로https://www.instagram.com/_arometz 임꽃신https://www.instagram.com/kkotshin 윤혜정https://www.instagram.com/hyejeongyun 하미나@heresmina 김리윤@indexoflight 김선오@sono__kim 박술@parksool_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상편이고, 하편: ‘시로 저항’하는 세계의 여성 시인들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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