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목소리로 ‘듣는 소설’, 실명한 부친 위한 박정민의 도전

배우 목소리로 ‘듣는 소설’, 실명한 부친 위한 박정민의 도전

배우 목소리로 ‘듣는 소설’, 실명한 부친 위한 박정민의 도전

Blog Article

“시각장애인분들을 첫 독자로 모시고자 ‘듣는 소설’, 즉 오디오북으로 먼저 제작되었습니다.” 최근 출간된 소설 ‘첫 여름, 완주’의 마지막 장에는 이런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이 책은 오디오북 형태로 국립장애인도서관 및 전국 장애인 도서관에 먼저 무료로 배포됐다. 종이책이 오디오북으로, 드라마나 영화 등으로 옮겨가는 사례는 많지만 종이책보다 오디오북을 먼저 내놓는 건 흔치 않은 일. 장애인 도서관에서 제일 먼저 선보인 이 책은 오디오북 플랫폼을 거쳐, 종이책으로 나왔다. 출판사 이름은 ‘무제’. 배우 박정민(38)이 대표를 맡고 있다. 배우 박정민이 자신의 출판사 ‘무제’에서 낸 ‘첫 여름, 완주’를 들고 있다. 종이책이 출국민은행 주택담보대출
간되기 전,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으로 먼저 나왔다. 시력을 잃은 아버지에게 책을 선물할 방법을 찾다 시작된 ‘듣는 소설’ 프로젝트다.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그가 ‘듣는 소설’ 프로젝트로 내놓은 ‘첫 여름, 완주’는 출간 한 달여 만에 17쇄를 찍었고, 배우 고민시와 염정아, 최양락 등이 목경남중소기업대출
소리 연기를 맡은 오디오북 또한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인기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배우라는 운동장을 벗어나 출판사 대표로 질주하고 있는 박 대표를 지난달 22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아버지를 통해 들여다본 세상 그는 출간에 앞서 기자들에게 직접 메일을 보냈다. “회사의 첫 책 ‘살리는 일’이 출간될 즈음 아직장인 마이너스통장
버지께서 시력을 잃었다. 아들이 만든 첫 책을 보여드릴 수 없단 생각에 상심했고, 아버지께 책을 선물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 ‘듣는 소설’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버지가 실명하셨다고요? “어린 시절부터 저희 집 바닥에는 아무것도 놔둘 수 없었어요. 시력이 좋지 않은 아버지의 발에 물건이 걸릴 수 있으니대전파산
까요.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면서 결국 좁은 시야마저 잃게 되셨어요. 상심한 마음을 추스르고 돌아보니 아버지뿐 아니라 시각장애인, 노인처럼 책을 읽지 못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듣는 소설’을 제작해보자 결심했습니다.” 출판사 ‘무제’에서 낸 ‘첫 여름, 완주’. 표지를 카세트국민은행 주택대출
테이프 모양으로 만들어 듣는 소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성우가 읽어주는 오디오북은 많습니다만. “시각장애인들은 언제나 후순위로 책을 만나요. ‘그 책이 재밌다더라’라는 소식을 들으면 오디오북이 언제 나오나 기다려야 하죠. 이 책은 장애인 도서관부터 배포한국저축은행대출
했고,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오디오북이 그다음, 종이책이 제일 나중에 나왔어요. 이번엔 장애인분들이 ‘그 책 내가 먼저 봤어’라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도록요.” -무엇을 가장 신경 썼나요? “책부터 대본집처럼 만들었어요. 배우 분들의 연기야 걱정할 거 없었지만 등장인물의 행동과 감정을 설명하는 지문이 길어요. 긴 서술을생애최초주택구입 대출
듣는 동안 독자들은 뭘 들어야 하나 고민했어요. ‘툭 하고 떨어졌다’ ‘풍덩 집어 던졌다’는 문장들에 적절한 배경음을 넣고, 대사가 나올 때 음악과 호흡 소리까지 신경 썼지요. 성우가 읽어주는 오디오북은 2주면 뚝딱인데 저희는 8개월이 걸렸어요.” -아버지 반응은 어땠나요? “‘재밌더라’가 끝이었어요. 출판사 운영은 어환경공학기술자
떻게 하고 있느냐 같은 잔소리가 더 길게 이어져 ‘알아서 할게요’라고 전화를 끊었어요. 서로 살갑게 말 못 하는 전형적인 한국 부자 관계죠, 하하.” 무뚝뚝한 부자지만 그는 아버지에게서 자신을 본다. 박정민은 “무기력해 보일 때도, 안쓰러울 때도, 아버지처럼 살지 말아야지 했던 적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일이나 사람,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아대학행정실
버지와 똑 닮은 내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며 “오디션 보다가 아버지 생각에 펑펑 운 적도 있다”고 했다. 배우 박정민이 자신의 출판사 ‘무제’에서 낸 ‘첫 여름, 완주’는 종이책이 출간되기 전,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으로 먼저 나왔다. 시력을 잃은 아버지에게 책을 선물할전용면적 85㎡ 이하
방법을 찾다 시작된 ‘듣는 소설’ 프로젝트다.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첫 독자는 아버지셨죠? “아뇨. 제가 링크를 만들어서 보내드렸는데, 눈이 안 보이시니 접속을 못 하시더라고요. ‘일주일 후에 장애인 도서관에 등록되니 그걸로 들으세요’ 했는데 국립장애인도서관에 배포된 오디오북이 일선 장애인 도서관에 자동 배포되는 게 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나이 많은 분들은 여전히 CD나 ARS로 책을 듣고요. 장애인 독서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곤 하지만 아직 들여다볼 게 많다는 걸 아버지 덕분에 알았습니다.” 글이 닿는 지점을 시각장애인으로 넓힌 그는, 글이 닿는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 10일까지 서울 성수동에서 ‘첫 여름, 완주’를 주제로 한 ‘청각 전시회’를 열고, 14일에는 CGV 영화관 7개 상영관에서 ‘첫 여름, 완주’ 오디오북 상영회를 연다. 불 켜진 영화관에서 각자 뜨개질이나 필사 등을 하며 293분 동안 오디오북을 감상할 수 있다. ◇무제: 이름 없는 소외된 것들을 위해 그가 출판사를 차린 것은 2019년 말. 출판사 이름은 ‘제목이 없다’는 뜻의 무제(無題).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설명돼 있다. ‘세상에는 제목이 없는, 이름이 없는, 즉 소외된 것이 많습니다. 귀찮은 마음에 세상에 내던진 이름을 회수한다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살피고 듣고 기록하겠습니다.’ -어떻게 출판사를 내게 됐나요? “2018년인가 지방 촬영을 전전할 때라 ‘서울에 집이 필요 없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갖고 있는 책을 다른 사람과 봐도 좋겠다 싶은 마음이 ‘책과 밤’이라는 공간이 됐고, 그게 커져서 ‘책과 밤, 낮’이라는 책방이 됐죠. 책방을 할 때 등록한 ‘출판업’ 사업자가 아까워 출판사를 하나 내놨던 게 여기까지 왔네요.” 그는 작가이기도 하다. 20대 후반이었던 2013년부터 잡지 ‘톱클래스’에 언희(言喜)라는 필명으로 4년 가까이 글을 연재했고, 그 글을 모아 2016년 ‘쓸 만한 인간’이라는 에세이집을 냈다. 고등학생 때는 반성문을 잘 써서 처벌을 면한 적도 있고,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반성의 러브레터를 써 재회한 적도 있다고. -글 쓰는 소질이 있나 봅니다. “연기가 아닌 것 중에 내세울 수 있는 재주일 텐데, 취미는 아니에요. 글 쓰는 것은 너무 힘들거든요. 책을 내자는 제안도 글 쓰는 게 너무 힘들어서 거절하곤 해요. 그래도 읽고 추천하는 걸 좋아해 서점도 하고 출판사까지 차렸네요.” -책은 언제부터 좋아했나요. “공부를 꽤 하던 아들이 ‘영화 하겠다’는 말에 아버지가 쓰러지시면서 2005년 고려대 인문학부에 입학했는데 얼마 안 가 자퇴하고, 서점 내 문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무료한 시간을 달래려고 김영하 작가의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집어 들었는데 순식간에 읽었지요. 독서라는 게 제법 재밌구나 싶었죠.” 배우 박정민이 자신의 출판사 무제 사무실에서 포즈를 잡았다. 그는 "연기를 하는 것보다 이렇게 서서 사진을 찍는게 더 어렵다"고 말했지만, 막상 촬영이 시작되자 표정이 바뀌었다.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힘껏 달려 완주한다 “너 같은 놈 많이 봤어. 발 좀 담그는 척하다가 다 없어져.” 고려대를 중퇴하고 2005년 들어간 극단에서 들었다는 말이다. 에세이 ‘쓸 만한 인간’에서 그는 “배우가 되는 길이 너무 힘들어서 포기해버리고 싶은 순간마다 그 형의 말을 되새겼다”고 적었다. 이듬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한 그는 영화과에서 연기과로 전과해 2011년 독립 영화 ‘파수꾼’으로 데뷔했다. 연기력을 인정받아 ‘독립영화계의 송강호’라는 별명도 얻었다. 영화 ‘동주’에서 송몽규 역을 맡아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과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 신인 연기상을,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로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과 백상예술대상 남우조연상을 각각 받았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밀수'(2023)에 출연한 배우 박정민 /NEW -극단에서 들은 말이 상처였나요. “이러다 안 오는 애들이 많다기에 ‘아닌데요, 전 올 건데요’ 했어요. 지금도 ‘잘하고 있냐’ ‘열심히 하냐’고 꾸준히 연락 오는 건 그 형뿐이죠. 제가 진짜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이제 알아요.” -책만 보던 모범생이었다는데, 독립운동도 하고 욕지거리 내뱉는 래퍼도 되고 범죄자도 연기하네요. “사람은 늘 연기를 하면서 사는 것 같아요. 정장 입고 착실하게 회사 다니던 사람도, 예비군 가면 옷 풀어헤치며 험한 말 내뱉고, 또 다른 환경에서는 제 역할을 찾죠. 사회에서 위치에 따라 성격이 변하듯, 촬영장에서는 모두 ‘너는 그런 사람이야’라고 동의해줘요. 그럼 그 역할이 어색하지 않죠.” -지금 역할은 배우인가요, 출판사 대표인가요? “제 본업은 배우니까, 출판사 일이 본업을 해치려고 하는 순간 포기하겠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책임감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배우 박정민이 본업을 소홀히 하거나 본업에 나쁜 영향을 미치면 너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봐요.” 그럼에도 출판사의 모든 일을 직접 하고 있다. 소속사에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가 기자에게 직접 전화해 일정을 조율했다. 인터뷰하는 날, 그는 함께 마실 커피를 직접 사 들고 사무실 앞에 서 있었다. 중간에도 양해를 구하고 섭외 전화를 받거나 문의 메일에 답했다. 조금만 이름이 알려지면 특별하다고 여기는 유명인들과 확연히 다른 모습. 그가 직접 쓴 보도자료가 화제가 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이건 매니저도, 소속사도 해줄 수 없는 저의 일이잖아요.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 의아하게 볼 거란 예상도 못 했어요(웃음).” 배우 박정민이 소설 '첫 여름, 완주'를 들고 포즈를 잡았다. 듣는 소설로 먼저 제작된 이 책은 책 표지도 카세트테이프처럼 꾸몄다.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책에는 배우 박정민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영화는 감독과 제작자가 만들지만 배우를 앞세워 주잖아요. 책도 작가가 제일 빛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전에는 아예 뒤로 숨었는데, 작가님들이 준 원고를 홍보해주는 것도 예의겠다 싶어 나서고 있어요. 대신 책에서 저의 영역은 면지 딱 한 장에 불과합니다.” 카세트테이프 모양으로 제작된 소설 ‘첫 여름, 완주’의 마지막 장(면지)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들여다봐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마음을 응원 삼아 저희 듣는 소설 프로젝트는 초심 잃지 않고, 앞으로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출판사 무제 박정민.’ 그가 완주한 이 여름은 더 싱그러울 것 같다.

Report this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