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은 배우인 낚시 유튜버가 독립영화인들과 보낸 하룻밤
본업은 배우인 낚시 유튜버가 독립영화인들과 보낸 하룻밤
Blog Article
[김상목 기자]
▲ <잔챙이> 스틸
ⓒ 봄베씨네, 에이치필름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적한 교외 낚시터. 이것저것 장비를 잔뜩 챙긴 남성이 중얼거리며 자리를 찾는다. 가만히 살펴보니 온라인 콘텐츠 작업을 실시간으로 병행하는 모양새다러시앤캐시 광고
. 낚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남자는 구독자에게 자신이 지금 대어가 잡히는 목 좋은 자리를 알아봤다고 소개하며 낚시할 채비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의 원활한 방송 진행은 자꾸만 시비를 걸어오는 옆자리 남자다. 원래 봐둔 자리도 느닷없이 자신이 5분 전에 찜했다며 가로채더니, 라이브 방송 진행도 자꾸만 훼방을 놓는다. 점점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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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이웃에게 일행이 찾아온다. 아까 화장실을 안내해준 젊은 여성이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남자는 감독이고 여자는 캐스팅된 배우다. 그런데 여성이 자꾸만 자신을 알아보는 눈치다. 서로 대립하던 두 남자는 새로운 국면에도 계속 가시 돋친 태도를 이어가며 경원시하지만, 여성이 자꾸만 방해하며 셋이 어울릴 기회를 만든다.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새마을금고 담보대출
둘은 난감한 동행을 이어간다.
꽤 유명한 낚시 유튜버이지만, 실은 남자 역시 배우가 본업이다. 하지만 과거에 제법 주목받던 경력에도 불구하고 요즘에는 영 본업은 신통하지 않다. 무료함을 달랠 겸 시작한 낚시 채널은 반대로 상당한 인기를 끌면서 주객전도 상황이다. 그런 속내를 감춘 채 겸연쩍게 낚시터 이웃으로 시간을 보낼 팔자다. 어쩌다 보전세자금대출 종류
니 셋은 함께 밤낚시까지 하게 되고, 조금씩 서로에 관해 알게 되면서 상황은 또 다른 단계에 들어선다.
'나르시즘'에 그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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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챙이> 스틸
ⓒ 봄베씨네, 에이치필름
<잔챙이>는 한국 독립영화에서 일군의 창기존대출
작 경향이자 마르지 않고 양산되는 소재, 영화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숱한 독립영화인의 애환과 고투를 재료로 삼는다. 바늘귀 통과하듯 고난도로 차례차례 닥치는 시련과 위기, 가슴에 품은 청사진과 무관하게 산으로 가는 상황, 타협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남에겐 말하기 힘든 고뇌, 산업·시장과 예술·작가의 일방적 파워 게임 구도, 세속적 성공을 향한 욕망이 인천파산면책
소용돌이치며 충돌한다. 독립영화인들에겐 그야말로 '실존' 자체라 하겠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한다. 피부로 절절하게 와 닿고, 척하면 탁하고 표정만 봐도 이심전심 공감 가능한 내용이 실제로 영화를 봐야 할 대상인 관객에겐 낯설고 동떨어진 상황이란 점이다. 생산하는 사람은 우리의 '웃픈' 사정을 알아달라며 절규 혹은 자조로소상공인창업자금대출자격
뼈와 살을 깎아가며 풀어내는데, 정작 수용해야 할 상대방은 그런 속사정을 잘 알 수도 없고, 굳이 알고픈 필요도 못 느낀다. 어느 분야, 업계이건 그런 부침 없는 곳이 어디 있나. 좋아서 선택한 일이라면 책임도 감수해야지 같은 퉁명스러운 반문이 조건반사적으로 따라붙게 마련이다.
상반된 입장 탓에 자주 이런 유형의 영화들은 취지는 이해되나개인회생대출
굳이 관객이 봐야 할 당위가 부족한, '자기연민'으로 치우친다는 평판에 오르내리곤 한다. 고깝게 본다면, 창작자가 세상의 온갖 문제와 이면의 현실을 탐구하지 않고, 좁은 시야와 안일한 태도로 그저 익숙하고 자기중심적 내용에만 안주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편견과 오해라 할 수도 있지만, 작금 어느 영화제를 가건 목격할 수 있는 동어반복 작업을 경험하면 완전바보
넌더리를 내며 비슷한 반응을 내뱉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고 창작자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고 꼭 관객에게 전하고픈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지 않나. 그렇다면 이 영화가 도매금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보여줘야 할까. 감독은 수천의 밤을 곱씹고 각본을 고쳐가며 고민을 거듭했을 테다. 독립영화를 찾는 관객이라면 인공지능 프로그램처럼 자신보고 나머지 부분 완성하라 해도 그럴싸하게 가능할 법한 소재를 갖고 어떻게 공감 가는 변주를 끌어낼까? <잔챙이>는 그런 사투의 결과물로 모습을 드러내려 한다.
물고 물리는 세 사람의 역학관계
▲ <잔챙이> 스틸
ⓒ 봄베씨네, 에이치필름
'호사마'라 불리며 떠오르는 인플루언서 '호준'은 과거에 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까지 수상했던 경력자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과 꿈은 어느새 희미해진 지 오래, 요즘엔 불러주는 곳도 별로 없고 오디션에 도전해도 떨어지기 일쑤다. 반면에 취미생활이던 낚시는 이제 본업처럼 되어버렸다. 전화위복일 수도 있겠다. 5만 구독자 덕분에 광고 홍보도 제법 들어와 호구지책은 되니 말이다. 그러나 젊은 날의 꿈과 동떨어진 자신의 처지가 우울하기만 하다.
호준에게 계속 시비를 걸던 남자 역시 제법 촉망받던 독립영화감독이지만, 정해진 순서대로 장편영화 '입봉'을 꾀하다 10년 만에 제법 큰 규모의 상업영화 기대작 연출을 맡게 됐다. 감독은 등장할 때부터 영화계 내부인사라면 혀를 차는 쪼잔한 행태를 거듭하는 그는, 실은 자신의 의도대로 굴러가지 않는 제작 환경 탓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어렵사리 투자도 받고 캐스팅도 완료했으니 이제 본격 촬영 시작하면 될 것 같은데 실상은 너무 다르다. 포기할 수도, 밀어붙일 수도 없는 사면초가 처지가 그를 벼랑으로 내몬다.
각자의 불편한 사정으로 대립각을 세우던 호준과 감독 사이에 출현한 3세력, '희진'은 감독의 야심작 <카나리아> 주연으로 캐스팅된 배우다. 호준처럼 독립영화에서 착실히 경력을 쌓으며 이제 상업영화 기대작 주역으로 자신을 알릴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그 자리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생일대 기회 앞에서 오랫동안 신뢰를 쌓아온 감독은 뭔가 숨기는 것 같고, 뜻밖에 만난 호준과는 알고 보니 좁은 영화판에서 공연했던 경험이 있다. 두 고집 센 남정네를 화해도 시킬 겸, 얼른 주연을 확보해 꿈꾸던 연기를 마음껏 펼치고픈 희진이다.
같은 독립영화인이라지만, 세 사람의 처지는 고스란히 각자가 속한 분야 대변인이라 해도 좋을 형태로 그려진다. 그런 역학관계는 어느 틈에 변화하는 그들 사이의 관계로 상징화한다. 낚시 초심자인 감독은 그저 답답한 상황 벗어나 머리 식힐 겸 멀리 떨어진 이곳에 피난 온 셈이지만, 감독 특유의 DNA가 꿈틀거리는 건 어쩔 수가 없는 듯하다. 영화 속에서 하나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진 터라 뭐든 주도하고 잘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계속 호준에게 시비를 걸며 견제한다. 자신이 주목받고 싶고, 남의 성공 비결을 몰래 훔치고 싶은 욕망에 이끌린다. 그러나 호준이 만만찮은 인지도와 유명세를 가진 걸 파악하자 살짝 도발 수위를 조절한다. 반대로 호준은 우여곡절 끝에 정식으로 통성명하며 자신이 배우이고 상대가 감독이란 구도가 '공식화'하자, 촬영 현장에서 대개 그렇듯 존칭과 경어를 붙인다. 감독은 당연한 듯 존대와 반말을 섞기 시작한다. 시시각각 서열과 구도가 뒤바뀌는 셈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실체를 드러낼 때
▲ <잔챙이> 스틸
ⓒ 봄베씨네, 에이치필름
대책 없이 충돌과 봉합을 반복하던, 이제 세 사람이 뭉친 일행은 틈만 나면 다투면서도 함께 시간을 보낼 운명이다. 위기와 화해가 순환하듯 연속된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호준과 감독의 자존심 싸움은 희진의 개입으로 1차 휴전, 결국엔 영화를 향한 꿈과 열정으로 잠정적인 화해로 향한다. 늘 자기 잘못은 인정하지 않던 감독이 먼저 손을 내미는 건 대수롭지 않게 보여도 거대한 전환점이다. 그리고 결국 그들이 공감하는 '첫 마음', 영화를 향한 꿈이 만병통치약으로 기능한다. 그리고 그들만의 Magic Hour 순간이 찾아온다. 마법 같은 찰나라는 표현은 영화를 보고 나면 충분히 공감하리라 믿는다.
그러나 전지전능한 자본주의 시장 질서 안에서 독립영화인의 순정은 어디까지 지킬 수 있을까? 실체를 단 한 번도 드러내지 않고 오로지 휴대전화 음성으로만 그 거대한 존재감을 각인하게 만드는 존재들이 있다. 아무리 혼을 바쳐 연기해도, 수명을 갈아 넣을 각오로 연출하고자 해도 그 존재들의 고개 까딱, 손가락 흔들 몇 번이면 모든 게 신기루처럼 사라질 덧없는 운명 앞에서 세 사람은 각자의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들 각자가 택한 길은 역시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만 할 성질의 것이다.
아마 <잔챙이>가 개봉하면서 이어질 GV(관객과의 대화)가 무척 재미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통상적인 형태의 토크 말고, 감독과 배우, 제작에 참여한 이들과 그들의 사정을 자기 일처럼 꿰뚫는 이들이 한곳에 모인다면 그야말로 '천일야화'를 써도 모자랄 듯하다. 이 '바닥'에 발을 담근 이라면 구구절절 심금을 울리고, 때로는 자기 경험을 반추하며 미운 상대를 저주하며 몸서리칠 테니 말이다. 그런 이야기를 소화할 수 있다면 반드시 놓치지 말길 권한다.
무엇보다 감독이 할 말이 산더미일 테다. 크레디트 보면 나오지만 불굴의 의지로 애써 완성한 작고 소박한 영화에 사연이 적을 리 없고, 극중 언급되는 호준에게 과거의 영광이자 현재의 압박이 되고만 그 작품 제목은 바로 <잔챙이> 감독의 꽤 시간이 지난 단편 제목 그대로이니 말이다. 게다가 호준 역의 배우는 실제로도 영화 속 '호사마'처럼 제법 인지도 있는 낚시 유튜브 채널 운영자였으니, 그야말로 영화와 현실이 서로 개입하고 간섭하며 융합하는 장관을 목격할 법하다.
결국엔 '을'들이 서로 내가 조금 더 위라고 하찮게 다투는 우리 일상이 영화판, 그리고 <잔챙이> 속 낚시터로 고스란히 압축된다. 성공하려면 '노력'과 '재능'은 필수, 여기에 '운'과 '타이밍'까지 따라야 한다. 참 살기 힘들다. 저수지의 물고기가 낚시꾼이 유혹하는 떡밥에 달려들듯 우리 삶도 그런 환상을 쫓다 저물어간다. 우리 시대 문화예술인들, 다르게 살기에 도전하는 이들이 주변에서 말려도 포기하지 못하는 어떤 '꿈'과 '떡밥'은 판박이다. 남 눈치 보며 우루루 허깨비 따르듯 내달리기보다 강태공의 인내와 지혜를 배울 필요를 영화는 역설한다. '꿈꾸는 자들'이 포기하지 않기 위해 만든 영화, 그 자체인 <잔챙이>는 익숙한 함정을 용케 피해가며 진심어린 변주를 기어이 완성한다.
<작품정보>
잔챙이SMALL FRY2023|한국|드라마, 블랙코미디, 스포츠2025.06.18. 개봉|94분|12세 관람가감독 박중하각본 박중하, 김호원프로듀서 김호원주연 김호원, 임채영, 성환촬영/음악/편집 박중하조명 이효길제작/배급 봄베씨네, 에이치필름배급 봄베씨네, 에이치필름
2023 24회 전주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김호원), 멕시코 시네테카 개봉지원상
▲ <잔챙이> 포스터
ⓒ 봄베씨네, 에이치필름